전통무술을 무척 하고 싶었다. 전통적인 몸동작으로 민족성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아주 파쇼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남아있는 것 중 전통무술이라는 이름에 가장 합당한 것은 씨름 뿐인 거 같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씨름과 비슷한 풍습의 경기방식인데, 현재의 스포츠 경기처럼 토너먼트를 하거나 몇번 이기나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과거 씨름의 규칙도 비슷하다. 모든 도전을 다 받고 최후까지 서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무속이나 전설에서도 악귀를 단판에 제압하지 않는다. 도깨비와의 씨름은 밤새 계속된다.
이런 면에서 힘으로 버티는 현대의 씨름이나 유도 경기는 전통적인 맥락에서 좀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술의 이러한 특성을 지적한 사람은 김정윤 선생님인 거 같다. 이를 태가름이라 한 거 같은데, 워낙에 추상적인 개념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전통무술은 파쇼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도 아니오, 각잡힌 동작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과는 다른 경지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