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설

By kabbala

무술을 공부하다 보면 꼭 만나는 것 중에 하나는 음양오행설이다. 기억에 남는 책 몇 권을 메모해 둔다.

1. 박주현, 왕초보 사주학 (동학사, 1995)

내 경험으로 한국에서 가장 열심히 음양오행설을 공부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룹은 사주를 보는 사람들이다. 음양오행설을 공부하기 위해 예전에는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따로 사주를 배우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나도 사주 책을 보면서 음양오행으로 세상을 보고, 또 각 요소들 간의 관계를 마치 수학 연습문제처럼 연습할 수 있었다. 특히 낭월(지은이가 중이다)의 이 책은 사주 공부에 필요한 음양 오행에 대한 개념을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서 다른 어떤 개론서보다 음양오행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사주는 가상의 틀과 현실과의 연결에 집중하기 때문에 무술이나 철학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2. 한동석, 宇宙 變化의 原理 (誠理會出版社, 1966)

사주 책을 보면서, 뭔가 억지스럽고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내가 잘 몰라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운육기설을 접해보니 음양오행설 만을 사용할 때보다 실생활에 매우 부드럽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실효성 때문인지 시중에서 인기를 끄는 고려수지침, 오행생식 등은 모두 오운육기설에 따른 것이고, 김홍경 같은 한의사도 오운육기설을 강조하였다. 과거 한의학계는 이 오운육기설을 배척한 모양이다. 그래서 내게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계기도 되었다.

한의사였던 한동석(1911~1968)의 이 책은 다른 면에서도 귀중하겠지만, 나에게는 왜 오행보다 육기가 실생활에 잘 맞느냐는 궁금증을 풀어준 책이었다. 오해의 소지가 많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우주는 본래 오행이 잘 맞는 곳인데, 지구의 지축이 기울어져 있어 오행의 기운이 육기로 변화하여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이 책은 한의학 책을 출판하던 행림에서 증산도나 뉴에이지 관련 책을 출판하는 대원으로 옮겨서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이러한 논의가 증산도의 교리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이렇게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책에서도 역시 오행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이 과연 현실(무술)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3. 顧頡剛, 漢代學術史略 (1935) / 이부오 옮김, 중국 古代의 方士와 儒生 (온누리, 1991)

중� 古代의 方士와 儒生

부족한 여건에서 만들어진 이 역사 연구서에는 많은 글들이 실려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득한 고대로부터 전해진 불변의 진리일 것만 같은 음양오행설이 실은 한나라 초기에 정치적 이유에서 조작되었다는 것을 고전을 통해 증명한 부분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야 음양오행설에 대한 신비함 등을 많이 버리고 좀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음양오행설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며, 무술의 기술보다 우선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현재 음양오행설을 강하게 주장하는 태극권이나 형의권 같은 경우에도 기술에 맞춰 후대에 끼워맞춘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왕향재 같은 무술가는 기세 자체에는 오행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기술들이 과연 오행상생, 상극에 맞추어 실전에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상에서 생각한 무술에서의 음양오행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정리하면: 음양오행설은 도교와 무술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무술에 흡수된 것으로 보이고, (이 이전에 병법에서의 오행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 이론이 현상보다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음양오행설이 오장육부의 상호작용이나 감각을 집중해야 하는 곳, 공방의 요점, 장기적인 수련의 결과 예측, 편중되지 않게 훈련하는 것 등에는 도움이 되나, 직관적으로 큰 덩어리로 사고할 때 의미가 있고 세밀하게 따지면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먼저 믿기보다 훈련의 주요 참고 자료 중에 하나로서 간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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