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

By kabbala

무술, 특히 전통무술에서는 무엇을 해야 전승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선 기술이 정확히 복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술의 경우 몸의 모양이 다르고, 가르치는 사람의 아이디어도 나이를 먹어가며 바뀌기 때문에 기술이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개인의 무술체계 전체를 다 배우기도 쉽지 않다. 기술의 반을 배운 사람은 전승한 것일까, 아닐까?

원리를 깨치는 것을 전승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동작 하나를 배워도 원리를 모두 깨쳤다면 전승일 것이다.

어쩌면 일정 수준으로 기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전승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바둑은 얼만큼 배워야 배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승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이끌어 주면 되는 것이다. 전투라면 오히려 간단하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준비가 되면 된다.

스승과는 다른 자기 길을 갈 수 있어야 전승일수도 있다. 요즘은 스승의 품격을 갖추면서도 새로운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야 예술가로 불리운다.

그러고보면 ‘전승’이라는 말 자체에 함정이 있다. 전승할 그 무엇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고, 그걸 변형없이 전해야 하고. 그걸 확인할 사람은 스승 밖에 없다.


결련택견협회 소속 장태식의 시범에 내 생각을 적용해보자:

장태식이 위 동영상에서 보여준 기술을 정리해 보면 고정된 다리 자세에서 단련된 손을 휘둘러 강하게 힘을 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텐데, 이런 기술이 현재 알려져있는 송덕기의 기술에 합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기술의 기반은 굳건한 다리인데, 태껸의 다리 쓰임과는 거리가 멀다. 즉 태껸의 품밟기로는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태껸과 배워온 무술 사이의 어중간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힘을 쓰는 것이 우선하므로 태껸보다는 새로이 배워온 무술에 가깝다. 품만 밟다가 공격할 때는 다른 무술 동작이 나오던 초창기 태껸 대회 비슷한 모습으로, 태껸 기술로만 본다면 후퇴인 셈이다.

장태식이 보여준 기술을 활개뿌리기나 가지치기와 같은 동작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그저 비슷한 동작을 찾은 것 뿐이다. 활개뿌리기나 가지치기의 변형이라면, 활개뿌리기와 가지치기만을 수련하는 것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지, 구태여 다른 무술에서 배워올 필요가 있을까? 동작이 비슷한데 그 힘 쓰는 방법이 다르다면 무술계에서는 보통 다른 기술로 여긴다.

이 새로운 기술이 현재의 태껸 흐름에 잘 합치하는 지도 미지수이다. 장태식이 보여준 기술은 격파와 (실제 사용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상해를 입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합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현재의 태껸 흐름에 맞지 않는다. 만약 이 기술이 태껸 전반에 받아들여진다고 하면, 그 기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권을 단련해야 할텐데, 과연 보급에 적당할까?

이런 기술을 들여온 것에는 태껸의 실전성을 강조하는 도기현의 지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껸의 강함이 꼭 이러한 것일까? 태극권은 격파를 하지 않고, 검도는 베기를 하지 않는데, 무술로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즉 격파로 보여주는 파괴력은 무술에서 보편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무술의 수련과정에서만 필요한 것이다. 송덕기의 기술은 송덕기 기술 나름대로의 파괴력과 살상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도기현은 다른 길을 찾는 중인거 같다, 아마도 그건 중국무술의 아이디어를 참고하는거 같고. 그게 한 개인의 시도라면 박수쳐 줄 수도 있겠지만 도기현은 한국 태껸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 중에 하나이며, 송덕기의 제자임을 강조하는 사람 아닌가.

(2007년 9월 28일자 뉴스한국에 실린 도기현의 인터뷰를 보면, 태껸이 ‘민중이 즐겁게 하던 놀이’였고, ‘심한 부상을 안겨주는 이종격투기와 달리 상대를 배려하는 호외정신이 담겨’있다고 했다. 또한 기술적으로 ‘하체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상체를 움직이는’ ‘태극권보다 더 부드러운 무예’이며, ‘무릎을 상하 좌우로 움직이면서 하체와 상체를 골고루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였다. 위의 시범이 이러한 특징에 부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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