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같아서 그런지 해대부 역에 오맹달, 오배 역에 서금강 등 캐스팅이 1992년작 「녹정기」와 겹치는데, 거기다가 주성치를 연상시키는 황일비까지 나온다. 아예 연출을 똑같이 한 부분도 적지 않아서 좀 답답하다. 감독이 1992년작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역시 아쉬움. 아니면 아예 이전처럼 코메디로 만들던지.
그리고 장위건은 역대 가장 얌전한 위소보인 거 같다. 감독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좀 딱딱한 듯.
영웅문에서 주인공 격인 인물은 곽정/황용일텐데, 이 두 인물이 원작에서부터 워낙 밋밋하고 전형적이라서 드라마에서 살려내기 쉽지 않다. 연출의 능력이 드러나는 척도인 거 같다. 보통 곽정의 순수함에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사조영웅전 2008」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별로 살지 않는다. 배우들의 미모와 카리스마도 그닥 빛나지 않는다.
영웅문의 두번째 볼거리는 동사서독+남제북개>전진교 일당>강남칠괴로 이어지는 절정 고수들의 후까시 액션씬일텐데, 이 역시 그닥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거 같지 않다. (동사서독의 캐스팅과 분장도 그닥 맘에 안 든다.)
「사조영웅전 2008」의 개성을 찾자면 구양공쯔와 매쵸풍, 완안홍렬 왕예인 거 같다. (발음은 제 맘대로…)
뒤에 가면 나쁜 놈이 되지만, 초반의 구양극의 후까시는 거의 주인공급이다. 무공도 절대고수에 지략도 능함. 출신도 귀족에 예의도 바름. 원작보다 등장 횟수도 많은 듯.
영웅문 극화에서는 매초풍에 동정적인 시선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사조영웅전 2008」이 특히 좀 그런 거 같다. 양강에게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씬도 있고, 황용과 도화도에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도 매초풍을 매우 인간적인 인물로 비춘다. 외모도 그닥 나쁜 놈으로 안 나옴.
완안홍렬도 다른 작품에서는 그닥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 인물인데, 「사조영웅전 2008」에서는 까놓고 악당에, 고뇌하는 인간으로 나온다. 양철심과 포석약의 등장회수도 덩달아 하늘을 찌름. 이분들 역시 원작에서는 등장 안해도 별 상관없을 정도의 비중.
전반적으로 「사조영웅전 2008」은 곽정과 양강의 1:1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양강과 그 주변인물을 강조한 것이 특징인 거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 중심인 양과/목염자 라인이 그닥 강조되어 보이지 않아서 그저그런 작품이 된 거 같다;;;
무술에 관심있는 사람은 해부학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데, 의대를 다니지 않는 이상 해부학적 지식을 생생하게 얻기는 쉽지 않다. (체육 관련 강좌나 마사지 등에서 얻는 지식은 좀 피상적인 면이 있다. 피부 안쪽을 볼 수도 없고, 평면적인 그림은 이해하기도 힘들고. 한의대나 물리치료를 배우는 학교도 실제로 인체를 접하기는 쉽지 않을 듯.) 그런 면에서 이 비디오가 해부학적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